나는 예전에 친구들이 진지하게 나 이혼할지도 몰라- , 또는 싸웠는데 이혼하잔 말까지 나왔어 라고 하면…
“원래 부부는 싸우면 이혼 얘기 나오고 그런거야.” 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젠? 내가 들어도 정 아니다 싶으면 “진지하게 이혼 생각해봐.” 라고 말한다.
왜? 우리에겐 항상 Exit (관두기) 전략이 있으니까.
패가 안좋으면? 패를 버리고 이번 판은 접고, 다음 라운드에 나가는게 맞다.
결혼해서 패를 까보니 영 아니고, 노답이라면?
Exit하자, 즉 이혼하자!
나는 원래 Exit하는 능력이 없었다. 주어진 판, 즉 누가 짜놓은 판 안에서는 최선을 다하지만 그 판을 기획하거나 설계할 생각은 못하고 살아왔다. (오징어게임의 참가자들처럼 살았달까..)
최선을 다하는 성향 탓에 어느 정도의 성과는 내며 살았지만,
나를 위한 뚜렷한 비전도 없었고 판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식도 없었던 탓에 우왕좌왕 한 적도 많았고, 정작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살아온 기간도 길었다. 결혼도 나에게 맞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따져보거나 적극적으로 기획하지 않았고 오래 만났으니 자연스럽게 했다.
그리고 알게된 남편의 외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판을 새로 짜거나 흔들 생각을 못했던 탓에, 난 주어진 조건 (이미 결혼, 자녀 있음)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부터 했었다.
결혼이란 판을 뒤집고 이혼해야겠단 생각은 못했고, 심리 상담, 치료 센터를 엄청 알아보고 신점도 보면서 고칠 생각을 한 것이다. 이 사람에게 어떻게 더 사랑을 주고 지원해주면 변화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조언과, 그리고 판을 뒤집지 않았을 때 나와 내 아기가 입게 될 damage를 계산해보았을 때 최적의 답은 바로 Exit, 즉 결혼을 관두고 이혼을 하는 것이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 의지로 하는 첫 번째 Exit이 바로 이혼인 것이다.
결혼했다고 끝난 게 아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킬 수 없어도, 해결은 할 수 있다.
자녀, 남들의 시선은 중요치 않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판을 뒤집고 홀로 설 진짜 용기가 없어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건 아닐까? 또는 괴롭지만 버틸만 한 것 아닐까?
핵심은 나다.
내가 지옥같은 상황에 있을 땐 내가 나 스스로를 구해야 한다.
우리 모두에겐 Exit (관두기) 전략이 있다.
비단 이혼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 그렇다.
내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않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직무유기이다.
Exit밖에 답이 없을 땐 Exit해야 하고, 결국 나 자신을 책임져야 할 사람은 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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