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적인 얘기는 스스로도 아직 상처 회복이 안 된 부분이 많아서 별로 하고 싶지 않았는데,
지난 번에 우연히 쓴 “이혼녀의 사랑” 편이 조회수가 꽤 좋아서 이번 글을 써보고자 한다. 블로그 잘 키워야 하니깐 ㅎ
요즘 나의 고민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일까?
지금까지 나는 주로 내가 성취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만 생각하며 살았다. 그 땐 참 그런 목표와 성공에 도취되어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겐 승진 누락 -> 휴직 -> 임신, 출산 -> 이혼 (준비) 가 연달아 일어났는데 내 스스로에겐 커리어와 가족, 즉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추구했던 두 축이 동시에 무너져내린 것과 다름 없었다.
- 물론 커리어의 경우, 관점에 따라 그럴 수도 있는 것이긴 하다. 우리 회사에서 비교적 흔한 case이기도 하고 삼성전자 사장도 후배 밑에서 일한 적도 있다고 하니… 뭐 눈딱감고 일 년 더 해볼 수도 있는 거였지만… 정말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내려고 노력했던 내겐 참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이미 빨릴대로 빨려 burnout되어 더이상 성과를 내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여튼 또 그런 휴지기가 있었기에 스스로에 대해 많이 돌아보고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그 때의 나는 참 맹목적인 성취, 성공 (승진이 진짜 성공인가? 지금 생각하면 의구심이 드는)을 신봉하며 살았는데 돌이켜보면 참 막연하고 구체적 실체도 없고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goal과도 align된건지도 잘 모르겠는 것이었다.(아 물론, 그 땐 내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할지 명확한 방향성이 없기도 했다.)
결혼도 참 대충 했던 것 같다. naive했다. 오래 만났고 좋은 사람이고 잘 맞고 앞으로 계속 함께 할거니 (도대체 뭐가? 오래 만나면 잘 맞는 건가?) 결혼했는데, 이런 생각 또한 별 실체가 없었던 것 같다. 결혼 후 겪은 일을 생각해보면 상대에 대한 검증도 제대로 안한 거 같다.
지금 생각하면 제일 웃긴 포인트가, 결혼 후 알게된 전 남편의 특징은 내게 불만을 토로하다 안 먹히면 겉으로는 나를 이해하는 척하면서 불만 얘기를 stop하고 뒤로는 바람을 피우는 것이었다.
연애 때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내가 너무 바빠서 연락 잘 안되거나 자주 못 만나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다 이해한다면서 화를 안 낸 적이 있다. 난 거기에 완전 감동해서 이렇게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면 결혼해도 좋겠다 생각했는데 그 고요한 시기에 백프로 바람 피웠던 것 같다 ㅋㅋ 결혼하고 나서도 그랬으니까… (그 시기들의 그 가식적인 좋은 사람인양 연기하는 목소리는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여튼 지금 생각해보면 결혼의 사유가 바로 이혼의 사유였던 것이다 ㅋㅋ 여튼 그래서, 나는 이제 이혼녀로서의 (법적으론 이혼 못했지만 실질적으론 완전 남남으로 사니) 내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다시 사는 중인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를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하고 있다.
뭐 나도 여전히 돈 많이 벌고 싶고 성공하고 싶고 결혼도 다시 해서 행복한 가정도 꾸리고 싶고 이런 막연한 생각들이 드는데, 잠깐
이거 정말 내가 원하는 거 맞아? 주변 시선, 남들의 인정, 어릴 때부터 부모와 학교에서 주입된 가치를 그냥 따라가는 거 아니고? 그냥 어딘가에 몰입하면 다른 고통은 다 잊을 수 있으니 맹목적으로 몰입하고 싶은 거 아니고?
정말 진정으로 원하는 게 맞아?
정말 이게 너 자신이지, 너의 삶이 맞아?
나의 새로운 챕터는, 진정으로 나인 것들만 하며 사는 것이 목표이다.
휴직 전 회사 다닐 때 가장 후회되는 부분은, 정말 soul-killing을 하는 상사에게서 도망가지 않고 어떻게든 인정받고자, 잘해보고자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 때 단순히 싫어하거나 견디기 힘든 정도가 아니라 나의 모든 영혼과 인간성이 짓밟히고 산산조각 나는, 말그대로 soul-killing 되는 기분이었는데 실제 나의 soul 중 일부는 그 때 이후로 파괴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그 때 나는 왜 그랬을까? 목적없는 맹목적 믿음을 쫓다가였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몰랐기 때문이다. 스스로 내가 하고 있는 걸 원해야 하고 포기하면 안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뭘까?
내 본능과 욕망 위에 켭켭히 쌓인 온갖 잡다구리한 세상의 가치와 기준, 남들의 생각들을 다 걷어 치우고,
그 안에 있는 나만의 core.
그게 도대체 뭘까?
'삶 > 나의 이혼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혼녀가 말하는 “이혼한 사람에 대한 생각” (0) | 2022.08.25 |
---|---|
이혼녀가 말하는 연애, 사랑, 재혼 (0) | 2022.08.24 |
이혼녀가 말하는 "사랑" (0) | 2022.08.18 |
이혼하고 싶다면 해야 할 노력 - 1) 증거 수집 (0) | 2022.08.09 |
어쩌다 싱글맘 (1/2) (0) | 2022.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