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녀가 말하는 "사랑"
요즘 나는 혹시모를 남편과의 이혼 소송과 상간녀 소송에 대비하여, 예전에 수집해놓았던 증거자료를 정리 중인다.
남편과 상간녀 사이의 연락, 데이트, 성관계 등 주요 사건을 시계열 순으로 정리 중인데 참 씁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이런데 시간을 쓰는 것이 아깝기도 하고...
결혼 잘 못해서 돈, 시간, 감정 등 많은 것이 낭비되는 느낌이다. 물론 그런 남자를 고른 내 책임이긴 하지만...(ㅋㅋ)
여튼, 지금도 열심히 증거를 정리하다가 "사랑"에 대한 생각이 들어서 잠깐 글을 써본다.
사랑이나 재혼에 대한 나의 마음은 계속 오락가락한다.
- 어떨 땐 내가 이런 처지가 되었지만 내가 소망했던 (남편이 있는) 행복한 가정의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 내가 이혼녀에 아기까지 있는 입장에서 어차피 제대로 된 사람은 못 만날 것 같으니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겠다란 마음도 들고...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더라도 맞춰 사는 게 피곤할 거 같으니 재혼은 아니다 싶기도 하고...또 남자 (+ 사람)에 대한 전반적 불신이 생겨서 누구를 다시 믿지 못하겠단 생각도 든다.
그런데 문득, 다시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재혼하거나 말거나를 떠나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단 생각이 든다. 사실 나의 전남편은 내가 정말 많이 사랑했다기 보다는 나를 꾸준히 사랑해주는 사람이었다. (연애를 6~7년 했었는데, 이제와 돌이켜보니 아마 연애 시절에도 꾸준히 바람을 피웠을 것 같다. 결국, 나만 사랑한다고 내가 착각했던 것.. ㅋㅋ 씁쓸..) 그 때는 그 안정감이 좋았고, 결혼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과 하는 게 더 낫단 생각에 결혼을 했는데... 나를 사랑해줘서 좋았던 사람이 한 번도 아닌 여러 번 외도를 했단 사실에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럴 거면 진짜 왜 결혼했니? ㅎㅎ)
그래서 지금 드는 생각은 오히려 내가 진짜 사랑하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선택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조금 전, 문득 갑자기 "사랑"이 내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가치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나는 이제 30대 중후반의 아이를 양육하는 이혼녀이므로 남은 인생에서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한 번이라도 있을까 말까이기 때문이다. (없을 수도 있다..)
난 인기가 많진 않았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거의 항상 남자친구가 있었기에 "사랑"이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거나, 하기 어렵단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ㅠ.ㅠ (이제 망..ㅜㅜㅜ)
그러고 나니 왜 이혼한 사람들이 돌싱글즈에 나가는지도, 돌싱글즈에서 처음 본 사람과 만나서 급 사랑에 빠지는지도, 왜 그렇게 용감한지도 이해가 된다. 인생에서 진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최근 돌싱글즈에서 어떤 여성 출연자가 본인의 마음이 끌리는 사람과 본인을 좋아하는 사람 사이에서 갈등하다, 본인의 마음이 끌리는 사람을 선택했는데, 그 마음도 이해가 간다. 그렇게 마음 끌리는 사람을 다시는 만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혼을 하고 나니 예전에는 잘 이해할 수 없었던 주변 만남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현실적 조건이 많이 차이난다거나, 주위의 반대가 심하다거나,
이혼까지 한 마당에 남들 시선, 평판 이딴 것은 중요치 않다, 내가 "사랑"한다면.
이혼했기에, "사랑"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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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런데 나는 뭐 일단 이혼부터 해야 사랑이고 연애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갈 길이 멀구나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