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싱글대디] 혼자서도 괜찮다면…
불안감, 두려움, 불안정함…
싱글맘 + 사회적 무게를 견딜만한 그릇이 되지 않는지라
작년 하반기부터 큰 불안감과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리고 이 불편한 감정들을 잊기 위해 남자도 만나보았다… ㅋㅋㅋ
그런데 이혼 후 시작한 연애와, 그 연애로 마음이 괴로워서 받은 심리상담에서, 내가 제대로 꼬여있었단 걸 알게되었는데…
내가 불안형 애착이었고,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 열일하며 워커홀릭이 되었고,
(공부나 일로 부모님께 인정과 사랑받고자 함)
일이 잘 안풀릴 땐 더 불안해져서 남자를 만나고
남자를 통해 얻는 즉각적 심리적 안정감을 원해왔다는 것.
혼자서도 괜찮지 않았기에, 자꾸 삶에 일과 남자를 끌어들여왔다는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삶이 불안정하다고 느끼면 느낄수록, 스스로 안정감을 찾는 게 아니라, 외부에서 다른 무언가를 끌어온 후 거기서 안정감을 찾았던 것.
그래서 한참 일이 바쁘고 힘든 시기에 옆에서 나를 잘 챙겨주고 내게 약간은 집착하던 ex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장기연애해서, 결혼을 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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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한동안 내 일과 비전에 집중하며, 스스로 혼자서도 잘사는, 독립적이고 이미 이혼의 상처를 다 치유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ㅋㅋㅋㅋ
연애 초반엔 분명 그런 모드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멘탈은 갈려나갔고 불안정할 때의 내모습이 재현되었다. ㅋㅋㅋㅋ (상대방이 ex와 오버랩되는 모습을 보인 탓도 있다.)
사랑이 아닌 불안한 탓에 누군가를 옆에 두려하고, 내 관심과 마음은 내어주지 않는 탓에 연애가 잘 될리가 없고, 상대가 떠나면 마음은 더 불안해지기 마련.
(-> 돌이켜보면 ex는 이 상태로 오랜 시간을 내 옆에서 버텼다. 심리상담 선생님은 ex의 외도가 ex가 (내가 채워주지 않았던) 관계에서 오는 애정이 필요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말했다. Ex는 외도로 에너지 충전해서 나와의 관계 유지했다는 것. 어쩌면 나와 ex는 건강하지 않는 관계 속에서 서로를 갉아먹으며 오랜 시간을 버텨왔는지도 모른다. 또한 불안형 애착이던 내가 ex를 만날때만큼은 안정형 애착이었으니 내가 얻은게 엄청났었다는 것… 그런면에선 고마운 존재..)
사실, 일은 불안형 애착인 탓도 있지만,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삶의 큰 영역이고 내 정체성 그 자체인데…
저렇게 스스로 안정감을 얻지 못하고 불안한 내가 낼 수 있는 성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껏 몰랐는데 나와 사랑과 일이, 일과 사랑과 내가 다 하나더라. 이 세개가 아주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서 저렇게 어디가 고장나 있는 나로는 일도 잘할수가 없다.
나의 애정결핍, 불안형 애착, ex와의 결혼과 이혼, 워커홀릭 기질, 불면증, 나를 탓하는 마음, 불안감과 공포, 남자로부터 심리적 안정감 찾기, 현실도피 등이 서로서로 다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제일 소름인 건, 애착유형은 대물림될 수 있다.
내 딸이 나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이게 내가 이렇게 어딘가 망가져있는 나를 데리고 a/s 잘 하면서 살아야하는 이유이다. 불혹을 앞둔 나이에 이런 걸 알게된게… 살짝 현타오지만 ㅋㅋ 그래도, 이제라도 알았으니
나 스스로를 사랑해주고 챙겨주고 예뻐해주고, 돌봐주고, 몸에 좋은 것 먹이고, 잘 입히고, 재우고, 괜찮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책 읽히고 운동 시켜줘야 하는 이유이다.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고, 좋은 사람만 만나고, 일이든 사랑이든 내 미래에 자신감 갖고 앞으로 담대하고 대범하게 나아가는 것.
불안과 두려움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되,
지배당하지 않는 것.
나 혼자서도 괜찮은 것.
그렇기에 상대에게도 사랑과 관심을 줄 수 있는 것.
Ex의 외도가 이혼의 원인이란 건 어디까지나 표면적 이야기이고, 사실 나의 불안정함이 ex를 선택하고 여기까지 오게 된 근본적 이유 아니었을까?
이혼하지 않았다면 내 상태에 대해 잘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고, 언젠가는 터져도 터졌을 거라 생각한다.
이혼은 내가 나를 알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전환점이 되었기에 재앙이 아닌 축복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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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힘들었던 분들을 위해 글을 씁니다.
이혼은 끝이 아닌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