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이상한, 잠에 들지 못하는 밤
오늘 아침부터 신경쓰고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과부하가 온 탓인지, 칭얼대는 아기을 재우고 하필 또 아픈 상처들이 올라왔기 때문인지, 앞으로 있을 삶의 근본적 변화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갑자기 머리를 스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된 가수의 노래 때문인지, 음악성은 뛰어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음반을 계속 내고 있는 무명 가수 때문인지, 하필 그 가수의 새 음반은 너무나도 내 취향이고, 내가 아는 중년의 그는 부인과 제법 큰 아이도 있는데, 절절한 사랑과 이별 노래를 어떻게 그렇게 계속 쓸 수 있는 것인지, 혹시 외도라도 한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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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와의 인연은 언제쯤 완전히 끊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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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석하게도 아직 나에겐 별다른 답이 없다.
시간을 끌고 끌고 끌고 있는 그에 맞서 더 긴 시간을 끌며 버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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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의 외도...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던...
무너져내렸던...
다행히 나와 딸의 삶을 책임져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나의 가장 취약했던 점들을 직시하며, 삶의 근본적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100% 내 스스로의 생각과 의지로 결정하고, 결정에 대한 진정한 책임을 지려한다.
이제는 나의 모든 마음을 다해 단 하나의 목표와, 나의 딸만을 생각하며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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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왜 이렇게 뛰어나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많을까? 고인이 된 그 가수도 정말 뛰어났었고, 대기업의 후원도 받았었다. 그가 대기업의 이름을 거들먹거리며 희망찬 미래를 확신하던 모습이 똑똑히 기억난다. 하지만, 결국 그는 유명해지지 못했다. 대기업 오너가 알아본 그의 예술성에도... 대중은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지금 살아 있었다 해도, 아직 유명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돈도 벌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을 작곡하고 부른 무명의 가수처럼.
지금 내가 가려는 길도 마찬가지이다.
이름도 없이 사라진, 또는 잠깐 동안 알려졌다가 몇 년 내로 사라진 수많은 실패자를 배출한 곳이다.
대다수의 사람과 회사가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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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물론, 성공이다.
나는 고인이나 무명의 가수처럼 뛰어나지도 않기에
나의 모든 마음과 대다수의 시간을 태우며 죽어라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실패할 수 있고,
실패의 대가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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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가야하는 이유는 내가 '나'로 살기 위해서이다.
지금까지 나 자신조차 회피하고 외면했던 '나'의 말을 잘 들어주고, '나'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남들에겐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나'로 사는 법을 잘 몰랐던 '나'에게,
지금이라도 '나'의 삶을 되찾아주고 제대로 한 번 살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딸에게도 '나' 로 사는 삶을 가르쳐주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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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식대로,
내가 원하는대로,
실패하고 부서지고 깨지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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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내 삶에 '나'의 것이 아닌 게 단 하나도 없게
오롯이 '나'의 것들로만 가득 채울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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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모든 악습과 악연을 떨쳐버리고,
과거의 나까지도 없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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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나'로부터 도망치지 않는,
제대로 된 '나'의 삶을 사는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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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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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의 숫자가 어디를 가리키는진 알 수 없다.
온 마음을 다해 노력을 태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