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나의 이혼 스토리

책임 회피, 선택 장애, 피해 의식, 자책, 낮은 자존감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싱글맘 2023. 5. 1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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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중인데 ㅎㅎㅎ

나란 사람의 심리구조를 이렇게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분석해본 것도 평생 처음인 것 같다.

새로 깨닫게 된 사실은 나는 꽤나 어릴 때부터 나 자신과 내 삶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려는 회피적인 태도를 갖고 살아왔단 것이다. 물론 늘 그랬던 건 아니지만 이런 부분이 분명 있었고 아직도 남아있는 듯하다.

나는 원하는 게 있어도, 그걸 다이렉트로 가지려고 (한마디로 문제해결을) 하지 않았다. 늘 수동적인 태도로 그게 내게 먼저 와주길 기다렸다. 그리고 원하는 것의 성취를 나중으로 미루며 늘 우회했다. (난 지금 이걸 하고 있지만 언젠간 내가 진정 원하는 걸 할거야 등 ㅎㅎ) 그렇게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노력을 늘 게을리하고 미뤘다.

그렇게 나는 많은 것들을 놓쳤고 일부는 내 노력이라기보단 운이나, 다른 요인들로 인해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기에, 일이 삐그덕거리거나 잘 풀리지 않았을 때 나는 갑자기 나 자신을 피해자로 포지셔닝하며, 이런 태도를 보였다.

너가 먼저 내게 다가왔잖아… 왜 가만히 잘 살고 있는 나에게 먼저 와서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난 잘못한 게 없어… 넌 내가 노력해서 얻은게 아니잖아… 넌 내가 원했던 게 아니었잖아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원했던 게 다 맞았다…ㅎㅎ)

사실 모든 건 다 내가 선택한 거였는데도 내 선택에 대한 안 좋은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회피하고 싶었던 거 같다.

그리고 애초에 내가 원하는 것임에도 미온적 태도를 취하며 그걸 얻으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엔, 아예 선택 자체를 하고 싶지 않았던 심리가 깔려 있었던 것 같다.

왜? 나 자신과 내 삶에 책임을 지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난 선택장애에 직면할 때가 많았다.
그리고 선택에 있어 주변사람들에게 의존할 때도 많았다.

특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주변 사람들이 극심히 반대하면, 놓아버렸던 적도 많았다. 스스로의 선택을 끝까지 밀고가고 책임질 자신이 없어서 회피한 것이었다.


나는 왜이럴까?


확실친 않지만, 나는 대체로 내가 뭘 원하는지 잘 모른다.
그리고 원하는 게 있어도 내가 진정 어떤 노력이나 행동을 해서 그걸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재대로된 방법을 연구하고 시도도 하지 않았다.  

그건 아마 부모님의 통제적이고 내 생각/감정을 그다지 존중해주지 않았던 양육방식과 순종적인 내 성격이 결합되면서인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원하는 것을 스스로도 통제하며 살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하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그걸 가지기 위해 노력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내 스스로의 기준이 없었던 나는 사회의 기준을 따르며 살았다. 대학에 가고 결혼을 하고 직장에 다니고.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 코스프레를 하며 살다가, 안 좋은 결과을 얻었을 때 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나 이외의 것들을 탓했다.

그리고 늘, 그럴 때마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 내가 이걸 원했었나?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뭐지? 란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이혼을 결심하면서, 그 이후 인생에서 중요한 의사결정들을 해나가면서 내가 참 많이 달라졌다.

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지고, 다른 누군가를 탓하지 않는다. 내가 인생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게 이젠 뭔지 알겠고, 누구를 가까이 하고, 누구를 멀리 해야할지 잘 알겠다.

아직 모든 영역에 있어 나만의 기준이 명확히 서진 않았지만, 나만의 기준들도 점차 세워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해서 한 순간 순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볼까 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든 그것에 대한 완전한 책임을 질 준비도 되어있다.

여전히 내 안에 안좋은 생각회로가 남아있지만, 이혼 후 내가 매일매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했든 내일의 나는 그리고 일주일 후의 일 년 후의 나에겐 그런 부분들이 많이 개선되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시련과 실패을 회피하지 않고 내 심리를 들여다보니, 깨달은 게 많았다.
실패로 인해 성장한다는 말을 인생에서 처음으로 실감한다.


이혼과 내가 한 사람으로서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그 판단의 결과를 실행해나가는 계기가 되었다.
이혼 후 삶은 나와 아이의 삶을 오롯이 책임지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이혼은 내 인생 최대의 성취이자 성공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또다른 힘듦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우회로가 아닌, 제대로된 지름길로 내닫는 첫 발자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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